연결에 익숙해지는 단계에서는, 제한된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는 형태의 소통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온라인 메신저나 블로그는 물론이고, 특정 목적을 위해 운영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져 친분 유지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SNS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오프라인 인맥을 온라인으로 확장시켜 서로의 일상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대학 이메일로만 가입이 가능했던 웹사이트 론칭 초기에 페이스북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생활 전반을 공유하는 전용 공간처럼 사용되었습니다. 담벼락을 통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이벤트(Event)를 만들어 파티에 초대하며, 함께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태그(Tag)하였습니다. 페이스북 안에서 더 많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더 오랫동안 더 많은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페이스북이 대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일반인들에게 가입을 허용하였을 때, 대학생들이 이미 보편화시킨 일상의 공유는 일반인들에게도 그대로 빠르게 스며들면서 SNS 사용을 활성화시켰습니다.
온라인 거래 역시 연결 초기에는 도소매 상인들이 취급하는 상품이나 중고 물품을 위주로 온라인 매매가 이루어졌습니다. 오프라인 거래를 온라인으로 옮겨놓음으로써 구매자와 판매자의 연결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베이(eBay), 아마존닷컴(Amazon.com),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등의 웹사이트가 이에 해당됩니다. 크레이그리스트는 로컬을 기반으로 부동산 매매 및 구인, 구직 서비스도 주로 포함되어 일반적인 상품을 넘어서는 영역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기존 오프라인 거래를 네트워크를 통해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연결에 익숙해진 세대는 '무엇을 연결하는가'에 보다 집중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결 영역이 다양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통을 하더라도 무작위적인 주제보다는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세분화되어 관심만 동일하다면 연결의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웹을 통해 거래되는 상품들도 기존 오프라인 거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소통에 있어서 일상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던 연결의 주제가 점차 '특정 테마'로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HBR에서 Showrooming(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확인한 후 온라인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는 형태)의 반대 개념이 뜨고 있는 배경으로 지목한 SNS, 핀터레스트(Pinterest)를 예로 들어봅시다. 핀터레스트는 이미지 기반의 SNS로 사용자가 관심 있는 분야의 정보 및 트렌드를 이미지로 쉽게 확인하고 공유하는 웹사이트입니다.

2010년 론칭하여 Time지가 발표한 2011년 최고의 Webs site 50으로 선정된 핀터레스트는 2012년 1월에 최단 기간 내 방문자 1,000만 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013년 7월 eBizMBA에 따르면 미국에서 월별 방문객수 기준으로 SNS 순위를 매겼을 때 페이스북, 트위터(Twitter), 링크드인(LinkedIn)에 이어 4위로 매달 약 8,500만 번 방문이 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위치에 기반하여 정보를 공유하는 포스퀘어(Foursquare, 2009년 론칭), 오프라인 네트워크와 연동하여 이미지를 공유하는 인스타그램(Instagram, 2010년 론칭), 미디어 취향을 공유하는 겟글루(GetGlue, 2010년 론칭) 등 특정 영역을 연결하는 SNS는 사용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방대한 자료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는 것이 숙제가 된 현재, SNS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입맛에 맞는 정보를 더욱 쉽게 획득하는 것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친한 친구가 공유해주는 감칠맛 나는 아귀찜 요리 비법보다, 옷깃 한 번 스친 적 없는 사람이 올린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Ferrari F12 Berlinetta) 사진 한 장에 시선이 더 오래 멈추는 건 (혹은 그 반대) 친분과 무관한 어쩔 수 없는 취향의 차이입니다.

과거 오프라인에서는 거래의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았던 개개인의 무형자산이 연결되고 있습니다. 무형이기 때문에 쉽게 인지할 수 없고, 인지하더라도 정확한 가치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거래할 수 없던 특정한 개별 능력이, 당사자들에 의해 식별되고 값이 매겨져 거래됩니다. 구인과 구직을 연결시키던 패턴에서 벗어나, 이제는 '재능과 노하우'가 연결의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2009년 설립되어 2012년 기준 약 1,700개의 강연을 기획한 마이크임팩트는 유명연사 강연 기획 이외에도, 다양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장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인터넷으로 스쿨 스피커 공개 오디션에 접수한 신청자는 자신 있는 어떠한 콘텐츠로든 강연을 할 수 있으며, 오디션을 통과한 강연자는 마이크임팩트 스쿨에서 강좌를 오픈할 수 있습니다. 향수 컨설팅, 커피스쿨, 비주얼 씽킹 워크샵, 건강자세 마스터하기 등 주제는 천차만별이며, 이런 강좌들은 온라인으로 오픈되며, 관심있는 신청자들은 해당 강연을 신청함으로써 오프라인 강연으로 이어집니다.

직접 만나서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재능은 온라인에서 직거래되기도 합니다. 2011년 설립된 크몽은 국내 대표적인 재능마켓으로, 랭키닷컴 부업 분야에서 2013년 7월 기준 43주째 1위를 지키고 있는 웹사이트입니다. 2011년 3분기에는 약 500건의 거래가 있었으나, 2013년 2분기에 약 9,000건의 거래가 이루어지며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크몽에서는 다양한 노하우를 상품화하여 주어진 페이지에 상세한 설명과 홍보를 하고, 거래 규모당 가격을 명시하는 방법으로 거래가 됩니다. 콘텐츠 내용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해당 콘텐츠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유명인 부럽지 않은 싸인 제작에 20,000원', '홈메이드 선물용 티(tea) 박스 한 상자에 40,000원'과 같은 상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사용하더라도 소유권이 양도되지 않고 사용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 유형자산이 공유라는 형태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제품을 두고 거래하는 형태는 소유권을 넘기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점차 '사유재산을 적당한 가격을 지불하여 빌려 주고 빌려 쓰는 거래'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2010년 Boston에서부터 시작하여 2012년 미국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한 릴레이라이즈(RelayRides)가 있습니다. 자동차를 공유하는 형태인데, 집카(Zip Car)가 가입된 멤버를 중심으로 보유 차량을 빌려 주는 활동만 하는 반면, 릴레이라이즈는 멤버들로부터 자동차를 빌리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하는 플랫폼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 내부적으로 자동차 재고가 없으며, 오직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활동이 주 목적입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 및 서비스'도 상품화되어 펀딩(Funding)의 형태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2009년 설립된 킥스타터(Kickstarter)는 계획한 프로젝트와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자본이 연결되는 공간입니다. 초기에는 예술, 공연에 필요한 자금 을 모으는 활동에서 시작했으나, 현재는 음식, 게임, 기술, 출판 등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를 프로젝트로 올려놓아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 자금이 없는 예술가나 사회활동가 등이 자신의 창작 프로젝트나 사회공익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회원은 동영상 및 소개글을 통해 자신의 역량, 프로젝트 내용 및 향후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고, 금액에 따른 보답 내용도 자세히 기재하게 됩니다. 목표 금액 달성에 성공한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실현될 것을 전제로 펀딩을 받기 때문에, 향후 탄생할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선주문 형태가 보답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유기농 소금을 만들어 팔고 싶다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20달러 이상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6 온스(약 170g) 소금 한 봉지, 50달러 이상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6 온스 소금 세 봉지 배달을 약속하는 식입니다. 펀딩 목표 금액, 모금 기간, 달성률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어떤 프로젝트가 인기 있고 믿을만한지에 대한 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 부상한 3D 프린터나, 페블(Pebble) 스마트워치 또한 킥스타터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D 프린터는 당초 목표 금액이 십만 달러였는데 달성된 금액은 약 3백만 달러였고, 페블 스마트워치도 목표 금액은 십만 달러이었으나 달성된 금액은 무려 천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믿을만한 아이디어가 거래되는 공간으로 알려진 킥스타터는 현재 누적금액 약 7억 3천만 달러가 투자되었고, 이를 통해 46,493건의 프로젝트가 펀딩 목표를 달성하였습니다. 국내에도 이와 운영 방식이 비슷한 텀블벅이 호응을 받고 있으며, 굿펀딩과 같은 기부 형태의 펀딩이 주요 활동인 웹사이트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2012년 7월, Business Insider에서 선정한 The 11 Most Disruptive Startups 중에서 신기술 기반으로 설립된 Startup 6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연결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은 사례였습니다. 인터넷이 대중으로 보급된 지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연결은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을 연결할 것인가'를 얼마나 신선한 시각으로 통찰력 있게 찾아내는가에 따라 새로운 기회와, 그 기회의 크기가 정해집니다. 거래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눈으로 보이지 않는 실체들에 존재하는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연결하는 데서 얼마든지 새로운 사업의 영역이 창출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 같은 작은 혁신들이 누적되었을 때 향후 거대한 변화의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웨어러블 스마트기기가 각광받고 있고, 지난 분기 때 소개해 드린 IoT (Internet of Things) 세상도 머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핵심 키워드 역시 '연결'입니다. 디바이스가 많아지면 연결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그만큼 많아질 것이며, '무엇을 연결할지'는 더 큰 숙제가 될 것입니다. 지난 20년을 거치며 연결은 이미 진부해진 주제가 되었다고 하지만, 향후에도 연결의 진화는 계속되고 더욱 논의되어야 할 주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