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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좋아요

페이스북 사내행사로 유명해진 해커톤은 짧은 시간 안에 팀 단위로 아이디어를 프로그래밍으로 실제로 구현하는 것으로, 새로운 아이디어 발상법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IT업계뿐 아니라 각국 정부도 오픈데이터 정책에 발맞추어 해커톤을 개최하며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경우가 등장하고 있으며, 자동차 제조업 등 이종업계에서도 아이디어 발굴 방법으로 해커톤을 도입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해커톤이란?

해커톤(Hackathon)은 해커(Hacker)와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마라톤을 하듯 24~48시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아이디어와 생각을 직접 기획에서 프로그래밍 과정을 거쳐 프로토타입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혹은 그러한 경연을 의미합니다(흔히 불법적으로 컴퓨터나 네트워크를 공격하는 행위로 쓰이는 '해킹이라는 용어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사이에서는 '난이도 높은 프로그래밍' 혹은 '작업과정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즐거움'이란 의미로 통용됩니다). 최초로 열린 해커톤은 1999년 6월, 캐나다의 캘거리에서 열린 컴퓨터 암호 개발 이벤트였으며, 이후 페이스북(Facebook)의 사내 행사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 실리콘밸리의 유행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수시로 크고 작은 규모의 해커톤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해커톤은 자유 주제로 기획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 5명 내외가 한 팀이 되어 작업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며, 여성이나 대학생으로 참가자격을 제한하거나, '실업난 해결' 등 구체적인 주제를 지정하거나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조건이 제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커톤 개최의 공지 및 참가 신청은 주최측 홈페이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며, 국내에서는 '온오프믹스' 사이트나 온라인 개발자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해외의 경우, 각종 해커톤 대회 정보를 모아놓은 '해커리그(Hacker League)' 사이트가 대표적이며 이 사이트에서는 현재 접수중이거나 진행중인 해커톤은 물론, 과거 진행되었던 해커톤 정보도 열람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해커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직접 만들어보는 행사를 몇 개월마다 엽니다. 행사 마지막에는 모든 팀이 모여 만든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페이스북의 성공적 서비스 중 많은 것이 이 행사를 통해 탄생했습니다. 타임라인, 채팅, 비디오 등이 여기에 포함되죠" 2012년,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기업공개를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쓴 편지 내용의 일부입니다. '모든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놓고 함께 모여 결과물로 구현하는 해커톤 운영이 성공의 원동력 중 하나였다는 그의 말은 곧바로 전 세계의 관심을 사로잡았습니다.



페이스북의 해커톤 행사는 6주마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며, 수시로 소규모 해커톤도 진행됩니다. 재무, 인사 등 개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서라도 모든 직원이 해커톤에 참가할 수 있으며, 정규 업무를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집니다. 저커버그가 언급한 타임라인 외에 '좋아요(Like)' 버튼 등 기존의 유사서비스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게 한 서비스들이 해커톤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한국인 사용자를 위한 '음력생일 표시'도 31회 해커톤에서 채택된 아이디어입니다. 해커톤에서 채택된 아이디어는 일주일 뒤 시제품 포럼을 거쳐 한달 후에는 실제 서비스로 출시되는 과정을 밟습니다. 마케팅 관련 새로운 아이디어나 사내 복지정책도 해커톤을 통해 도입되기도 합니다.


실리콘밸리를 넘어 국내에서도 유행이 된 해커톤

이제는 IT업계의 빅플레이어들도 해커톤과 그 결과로 생성된 아이디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트위터(Twitter)는 페이스북의 해커톤을 변형, 트위터에 추가되길 원하는 기능을 발굴하는 핵위크(Hack Week)를 3개월마다 일주일간 진행합니다. 2013년 12월, 인텔(Inter)은 앞서 말한 해커톤의 포털사이트인 '해커리그'를 인수한다고 밝히며 이보다 8개월 전에 인수한 API 관리업체 '매셔리(Mashery)'와의 통합을 발표했습니다. 그 동안 해커리그가 450여회의 해커톤을 개최하며 쌓아온 관련 아이디어 6천여개와 매셔리의 플랫폼, 지적재산권 등 무형자산의 소유권을 인텔에 귀속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모바일 칩셋 업체인 퀄컴(Qualcomm)도 2010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자사의 기술 소개 컨퍼런스인 '업링크(Uplinq)'에 2013년 행사부터 해커톤을 추가했습니다. 또한 전세계 사용자가 7,500만명을 넘어선 에버노트(Evernote)도 전 세계 도시를 순회하며 해커톤을 개최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로 삼고 있으며, 2012년부터는 서울에서도 에버노트 해커톤이 열리고 있습니다. 매번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유수의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들이 모여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컨퍼런스인 'TechCrunch Disrupt(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서는 해커톤을 본 행사 전에 예선전 형식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NASA도 'Hack Space'라는 해커톤 행사를 주최하는 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기회로 해커톤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해커톤의 유행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2010년을 전후해 국내 IT회사들도 앞다투어 해커톤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2012년 11월, KT가 모바일 앱 개발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개최한 '에코노베이션 개발자 캠프'의 해커톤 행사에는 4인 이하로 구성된 103개팀이 참가해 100여개의 앱을 탄생시켰습니다. SK플래닛과 SK컴즈도 'SK플랫폼 테크 데이'행사의 프로그램으로 해커톤을 포함시켰으며, 2013년 5월에 열린 행사에서는 11번가, 싸이월드, 멜론, T맵 등 SK관계사들의 핵심 서비스를 아우르는 제작 툴인 오픈 플랫폼 '플래닛 엑스 API'를 공개했습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개발자네트워크(DNA)도 해커톤의 형태로 매시업(Mash-up) 캠프인 '디브데이(DevDay)'를 개최하며,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2013년 5월 여성개발자만을 위한 해커톤 'Pink Developer's Day'를 개최하는 등 국내에서도 해커톤에 대한 관심은 실리콘밸리에 뒤쳐지지 않습니다.


각국 정부의 오픈데이터 정책과 해커톤

최근 몇 년 사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의 공공데이터를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공공데이터 개방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국가 내용
EU 직접 경제효과(연간) 400억 유로(약60조원)
-EU 27개국 서비스 시장창출,산업 고도화 등의 산업연관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포함
영국 시장규모 73억 파운드(약 12조원)
잠재적 가치 약 150억 파운드 (약 25조원)...영국 공정무역청(OFT)에서 시장규모 예측
2017년까지 약 5만 8000개 일자리 창출
미국 미국 기상청 날씨 정보 4000개 일자리 창출(뉴욕주 보고서)
미국 정부개발 GPS...900억 달러 가치(약 97조원)로 평가
한국 생산유발액 23조 9000억원. 고용유발인원 14만 7000명
1인 창조기업 5년간(~2017년) 약 43만 6000개 창출 가능

스마트폰 교통정보 이용에 따른 비용절감 연간 총 6175억원


(자료: 경기개발연구원)


2013년 5월 미국 정부는 '오픈데이터 정책'을 발표, 미국 정부가 생성하는 모든 데이터를 공개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한 2013년 6월에 열린 G8 정상회의에서는 "오픈 데이터 헌장(Open Data Charter)'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미 영국은 2010년 일원화된 공공데이터를 개방하는 포털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일본도 2012년에 정부가 보유한 공공데이터의 개방규칙을 제정한 '전자행정 오픈데이터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정부 3.0'비전에서 오픈데이터를 주요 정책과제로 지정했으며, 2013년 10월부터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법률은 공공데이터가 민간의 창의성 및 혁신적 아이디어와 결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정부 부처나 관련 기관 등이 공공데이터 이용의 활성화를 위한 방법의 한 가지로 해커톤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2013년 6월엔 미국 백악관이 후원하는 해커톤에 83개 도시에서 11,000여명이 참가했습니다. 2011년에는 독일 베를린, 인도 뭄바이에서 지방정부가 주최하는 해커톤이 열렸고,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201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세계 각지에서 정부 주최의 해커톤이 열려 시민들과 함께 더 나은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정부 부처나 관련 기관들이 주최하는 해커톤이 다양하게 개최되고 있습니다. 한 예로 2013년 10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는 '과학기술 오픈데이터 활용 캠프'를 개최, 과학기술 오픈데이터 서비스인 NOS를 공개해 이를 바탕으로 매시업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형태의 해커톤을 개최했습니다. 해당 행사에는 모바일앱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는 물론, 도서관 사서, 출판업계 종사자 등 50여명이 참여해 과학기술 연구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과학기술 오픈데이터를 보다 널리 활용할 수 있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개최한 '인터넷 서비스 매시업 캠프'는 국내에서 개최된 해커톤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해커톤으로, 이 캠프에서 탄생된 서비스들은 생태지도 서비스, 외국인 관광객 안내 서비스, 기기나 플랫폼에 구애 받지 않고 프레젠테이션을 공유하는 서비스 등이 있습니다.


자동차제조업 등 이종업계에서도 해커톤 도입

최근에는 자동차업계에도 해커톤이 등장, 폐쇄적이었던 자동차업계의 R&D문화를 바꿔가고 있습니다. GM, 폭스바겐, 도요타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앞다투어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두고 자동차 관련 IT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고 개발주기의 단축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해커톤을 개최해 자사의 API를 공개하고 개발자 커뮤니티의 형성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특히 혼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실리콘밸리와의 커뮤니티 구축 통로로 해커톤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중 눈에 띄는 사례로는 2013년 5월 혼다가 에버노트와 개최한 해커톤입니다. 이 행사에서 혼다는 최초로 자사 API를 공개했으며, 웨어러블 기기 회사인 페블(Pebble), 3D 동작인식 입력장치 제조업체 립모션(Leap Motion), 소형 센서 제조업체인 노드(NODE) 등도 API를 공개하는 협력회사로 참가했습니다. 이 해커톤에서는 자동차 관련 앱 5개를 비롯한 총 16개의 앱이 발표되었습니다. 연비 향상을 유도하는 "Fueler"와 "Besafe" 등의 자동차 관련 앱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혼다의 API로 개발한 "Fueler"는 운전 중 브레이크의 동작 등을 분석해 연비를 계산하고 이에 게임적인 요소를 더해 연비가 좋은 경우 높은 점수를 주는 등 자연스럽게 운전자에게 연비를 높이고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앱입니다.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인 페블과 자동차를 연계한 "Besafe" 앱은 자동차 사고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페블이 경찰에 위치정보는 물론, 사고 현장의 음성을 중계하는 앱입니다. 지금까지 폐쇄적 R&D 문화를 유지해오던 자동차업계의 이러한 시도들은 네비게이션 등 기존의 자동차 IT 시스템을 넘어 한 차원 높게 자동차와 IT의 융합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 받고 있습니다.


시사점

해커톤은 단순히 행사의 성격을 넘어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발상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해커톤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인맥을 형성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거나 자신의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스타트업 창업 플랫폼으로 활용되어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이나 투자자를 찾지 못한 창업 희망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해커톤을 주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해커톤은 자사의 API나 플랫폼을 홍보하고, 개발자 커뮤니티를 형성해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에버노트, 퀄컴 등이 해커톤을 주최해 외부 개발자들의 참가를 독려하고 인텔 등 IT업계의 큰손들이 해커톤 업체를 인수하는 행보 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도 경직되어 있는 행정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거나 부족한 예산으로 현안을 해결할 방법을 해커톤을 통해 얻기도 합니다. 해커톤은 아이디어 발상법으로는 강력하고 매력적이지만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발상' 단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앱이나 솔루션 등의 서비스를 출시하고 수익을 창출하기까지의 단계를 징검다리로 비유했을 때, 그 첫 번째 돌에 해당됩니다. 해커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발굴된 아이디어의 독립적인 수익모델을 찾고 더 정교한 서비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API의 제공이나 투자자 확보 및 체계적인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겠습니다. 징검다리를 모두 놓아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창조'라는 강을 건너는 영광을 많은 해커톤 참가자가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료출처: KT경제경영연구소, '새로운 아이디어 발상법으로 주목 받는 해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