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바야흐로 창의성의 시대입니다. 과거에는 '좋은 품질(Best Quality)'의 제품을 얼마나 빨리(Speedy)' 그리고 얼마나 적은 비용(Low Cost)으로 만들 수 있는가가 중요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어 시장을 호령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창의성의 시대에는 이 같은 역량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장에 내놓은 제품과 서비스가 얼마나 '의미 있고(Meaningful)', 가치 있으며(Valuable)', '독특한가(Unique)'가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품질과 비용 우위를 가진 제품이라 할지라도 의미, 가치, 그리고 개성 면에서 창의적이지 못하다면, 그 제품의 고객의 눈 높이를 맞출 수 없고 고객의 마음 속에 울림을 주지 못해 시장으로부터 외면 받게 됩니다.

  • 왜 소통인가?


    많은 기업들이 창의성을 강조하며 창의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혁신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예컨대, 톡톡 튀는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의 창의성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색다른 동기부여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조직 내부의 운영 방식도 자율과 창의가 넘치는 방식을 찾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 모두가 창의적인 기업으로 거듭나, 시장에 인정받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백 변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싶은 꿈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리 창의적인 기업을 향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예컨대, 창의적인 인재가 내놓은 색다른 아이디어가 조직 내부에서 효과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마는 경우, 창의적인 신제품 아이디어가 기능 간의 불협화음으로 제때 출시되지 못하고 지연되는 경우, 누구보다 먼저 시장에 선보인 창의적인 신제품이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서 외면을 받는 경우, 모두가 고객과의 소통 문제, 조직 내부의 기능 간의 소통 문제,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 문제가 숨은 복병처럼 조직을 괴롭히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꼭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조직의 창의성은 단순히 시스템이나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 한다고 해서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창의성 발현에 좋은 시스템과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 이상으로 '색다른 아이디어들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창의적 결과물을 낳게 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특히,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소통(疏通)의 문제가 창의성 발현을 가로막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 소통(疏通)이 주는 이점


    원래 소통이란 '1)뜻이 서로 오해가 없음', '2)막히지 아니하여 잘 통함'이란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기업 경영에 적용해 보면, 하나는 고객과 기업, 조직 내부의 다양한 조직 간, 임직원들이 원활히 의사소통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단순히 의사소통뿐만이 아니라 정보, 지식, 경험, 물리적 자원 등이 막힘 없이 잘 흐르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창의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도, 이 같은 소통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소통에 능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다음 3가지 측면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집단 창의성 발현과 조직 시너지 배가

    첫째, 집단 창의 발현의 밑거름이 됩니다. 창의성의 시대에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서로 공감하고 집단 전체의 창의성으로 승화할 수 있을 때 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소통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구성원들 간의 건강한 소통은 서로의 색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고, 건전한 논의와 비판 속에서 서로의 생각이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소통은 조직 내부의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기능 조직 간의 상호 협력과 시너지 창출에도 도움을 줍니다. 현실적으로 조직 내부의 모든 기능 조직들이 동시에 창의적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느 한 기능 조직에서 발현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조직 내부의 갈등과 마찰 때문에 사장되거나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가져오지 않게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습니다. 이는 조직 내부의 다양한 기능이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 고객 중심 경영의 견고화

    둘째, 소통은 고객 중심 경영을 더욱 견고히 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고객 중심 경영의 핵심은 조직 내부의 창의성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공하는가에 있습니다. 그런데 창의적인 기업이라고 할 때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공급자 중심 마인드' 내지는 '기술 지상주의의 함정'에 빠지는 것입니다. 즉, 창의성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술적 발전으로만 가능하다고 오해함으로써 고객은 별로 원하지 않는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은 경우를 말합니다. 과거 델(Dell) 컴퓨터가 데스크톱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의 장점 만을 골라 출시한 '올림픽'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 올림픽은 기술적으로 매우 훌륭한 제품이었고, 홍보에도 많은 돈을 투자했으나 시장은 이를 외면해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고객들은 기능이 복잡하고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올림픽은 고객을 위한 기술이라기 보다는 기술을 위한 기술이었다"라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델 컴퓨터의 사례는 고객 가치 창출은 꼭 어렵고 복잡한 기술적 진보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오히려 감성적인 부분에 있을 수도 있으므로 이를 간파하기 위해서도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은 중요한 것입니다.

  • 신뢰와 믿음의 문화 형성

    궁극적으로 소통은 공동체의 신뢰와 믿음의 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앞서 언급한 고객 중심 경영, 기능 간 협력과 시너지, 집단 창의성 발현 등 이 모두가 공동체 안의 신뢰와 믿음의 문화가 뒷받침 될 수 있을 때 가능합니다. 사실 기업의 성과 창출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우연한 발견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때로는 최고 경영자의 카리스마가 탁월한 성과 창출로 이어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뢰와 믿음을 토대로 한 원활한 소통의 문화입니다.

  • 집단 지성을 기우는 소통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 윌리엄 더간 교수는 그의 저서 '전략적 직관(Strategic Intuition)'에서 "혁신은 한 명의 천재가 자신의 놀라운 능력으로 창출하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직간접적인 소통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업이 천재라고 하는 소수 인재들에게만 혁신적인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오히려, 창의성이 발현되는 매커니즘을 조직 내부에 널리 확산할 수 있다면 천재 한 명의 성과보다 더 우수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전략적 직관의 핵심 골자도 개인의 창의성에 대한 의존을 넘어서 집단 지성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원래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미국의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가 개미의 생태를 연구하다가 발견한 개념입니다. 그는 "거대한 개미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개미는 하나의 개체로서는 미미해 보이지만, 공동체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집단의 지적 능력을 가지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개념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경제 사회 전반에서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위키피디아와 웹 2.0입니다. 위키피디아의 발전 과정을 보면, 지식∙정보의 생산자나 수혜자가 따로 없이 누구나 생산할 수 있고 모두가 손쉽게 공유하면서도 정체되지 않고 계속 진보하는, 집단 지성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의 현장도 한 사람의 창의성보다는 공동체의 집단적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을 때 의미 있는 성과 창출이 가능한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개인의 창의성을 넘어 집단 창의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 다양한 인재들의 통섭(統攝)을 꾀하라

    집단 지성을 기업이 활용한다는 진정한 의미는 개별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성을 집단의 창의성으로 승화시키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 출발점은 인재에 대한 생각과 관리 방식의 변화로부터 시작됩니다. 즉,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소통하며 일하는 일터를 만드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우리 사회에 통섭(統攝)이란 화두를 던져온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의 예기를 귀담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철학, 과학, 예술을 한 사람이 섭렵할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다산 정약용의 시대가 바로 그러하다. 그 시절에는 인간의 지식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파고드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21세기는 인간이 축적한 지식이 너무나 방대해서 한 사람이 한 분야를 깊이 파기에도 버거운 시대가 왔다"라고 말하며,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문제를 함께 풀어야만 진정으로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창의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기업도 기업 간 경쟁에서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집단 지성의 활용을 통한 복잡한 경영상의 이슈를 해결해야 합니다. 우물을 파도 더 깊이 파야만 수맥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옛말에도, '우물을 깊이 파려면 넓게 파라'는 속담이 있듯이, 깊고 넓게 파려면 혼자서는 불가능하며 여럿이 함께 파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통섭이고, 다양한 인재들의 통섭을 유도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은 물론 인재 관리 시스템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인재들을 한데 어우러져 일하게 만들 수 있는 팀 리더의 역할, 성과 평가나 보상 체계, 갈등 관리나 스트레스 관리 기법 등이 지금보다 한층 세련되게 진화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통섭하여 일하는 인재들의 요건이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특정 분야에 정통하면서도 지적 호기심이 넘치고 지적 흡수 능력이 탁월한 사람,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뛰어난 사람 등이 통섭형 인재로써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누가 보아도 모범 답안과 같은 모범생들입니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이와 반대가 되는 문제아들도 적절히 채워질 수 있을 때 창의성이 더욱 꽃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 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는 "통상적으로 학습 부진아, 조직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 그 분야에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함께 어우러져 일할 때 더 창의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물론, 모범생과 문제아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의 하나는 열정과 도덕적 겸양일 것입니다.


  • [인재 활용에 대한 역발상]

    로버트 서튼 교수는 조직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생각과 다른 방식으로 인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코드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인재'라는 사람들이 창의성을 오히려 촉진시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 대표적인 인재 유형은 다음의 3가지라고 제시합니다.
    1) 학습 부진아(Slow Learner): 회사는 조직에서 인정받고 올바른 방식만을 습득하는 사람들을 원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이외에는 모두 학습 부진아로 치부해 버립니다. 그런데 이들은 기존의 낡은 지식을 거부하고, 오히려 새로운 지적 충돌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제록스의 게리 스타크웨어가 광학 복사기를 고집하던 조직 분위기에서 끈질기게 레이저 복사기를 개발해 빅히트를 쳤던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2) 조직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People who make you feel uncomfortable):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달라 조직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이것이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면, 기존의 말과 행동 방식을 달라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한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면에서도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창의성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3) 그 분야에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사람(People who probably don't need): 캐나다의 연료 전지 회사 발라드 파워 시스템은 건전지와 무관한 경험의 화학교수 키이스 프레터를 채용하여 신개념의 혁신적 전지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 해결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료: The Weird Rules of Creativity, Robert I. Sutton, Harvard Business Review, 2001. 9.

  • 아이디어의 분출 통로가 열려야

    좋은 인재를 확보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평범한 인재라 할지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는 법이기 때문에 이들의 아이디어가 분출될 수 있는 통로, 즉 아이디어 분출을 위한 제도나 시스템이 조직 내부에 잘 갖추어져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앞서 말한 로버트 서튼 교수도 "조직에서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려면 한 명의 천재로는 불가능하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제안 활동이 끊임없이 실천될 수 있게 하는 제도와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조직의 문화로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 관습 타파와 안정감 확보: 일본의 미라이 공업사(미래(未來工業)는 기존 회사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규칙을 없앰으로써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회사의 CEO인 야마다 아키오는 "사람은 말이 아니다. 당근만 주면 될 뿐 채찍은 필요 없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그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거의 모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연례 행사로 실시하는 차년도의 목표 설정과 당해 년도의 성과 점검도 미라이에서는 사장이 하지 않고 직원들이 알아서 합니다. 성과주의 평가/보상 시스템을 철저히 배격하며 직원들을 경쟁하게 만드는 승진 제도도 운영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선풍기 앞에 두고 바람을 불어 가장 멀리 날아간 순서대로 공장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직책을 보임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절대로 강제하거나 파격적으로 보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제안 제도는 엄청난 힘을 발휘합니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 건수를 자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매년 2,500억 원 이상의 매출에 2자리 수의 영업 이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파격적인 휴가 제도 등이 한 몫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에 대해 야마다 사장은 "인건비 아끼려고 직원을 속이고, 휴가도 안 보내면서까지 직원들을 쥐어짜면 있던 창의성도 죽지 않겠는가? 여행을 가서 새로운 걸 봐야지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그래서 나는 복도에 쓸데없이 켜져 있는 전등을 끄고, 비품을 아껴서 모은 돈을 직원들 휴가 보내는 데에 투자한다"라고 말합니다. 아울러, 직원들을 소중히 여기는 회사의 철학과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종신 고용 관행이 회사의 별다른 규칙이 없어도 직원들의 마음의 안정감과 활기를 불어 넣고 남다른 애사심을 가져온 것입니다.

    아이디어의 개방적 공유: P&G社는 전 세계 9개국에 흩어져 있는 R&D센터 직원 7,500여명이 업무상의 문제점이나 개선 아이디어를 내부의 웹사이트에 등록하여 공유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는 전문적인 지식만을 공유하는 기존의 시스템에서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한 모습입니다. 또한 미국의 마스터카드(MasterCard)社는 보다 적극적인 아이디어 고유의 장을 만들어 집단 지성을 활용하고 있는 회사로 유명합니다. 회사가 2009년에 도입한 '역동적 전략'이라는 프로그램은 전 세계를 7개 네트워크로 나누고, 각 네트워크 별로 전문가를 둔 후 해당 지역의 기술 동향, 소비자 행동 패턴 등을 직원들이 연구하게 했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들은 1년에 2번씩 본사 임원들과 함께 모여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지게 함으로써 회사의 경영진들은 휴대폰을 통한 비용 지불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각광받고 있는지 경쟁사보다 좀더 빨리 인식하여 이를 사업 기회로 연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 건전한 피드백이 숨쉬는 협력 문화를 만들어야

    창의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나 시스템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소통하여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력의 문화를 만드는 것도 매우 긴요한 부분입니다. 이때 구성원들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살아 숨쉬는 집단의 창의성을 분출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업체인 픽사(Pixar)社는 1995년 세계 최초로 '토이 스토리'라는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내놓은 것을 필두로, 지난 15년간 8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성공시켰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중요한 것은 픽사에서 만든 모든 영화가 스토리, 배경, 캐릭터를 내부에서 직접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픽사의 3가지 조직 운영 원칙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첫째, "누구에게나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둘째, "누구라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업계에서 일어나는 혁신 내용에 해박해야 한다"는 이 세 가지 원칙을 토대로 회사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이 서로를 돕는 독특한 협력 문화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두뇌위원회'와 매일 진행되는 '리뷰회의'입니다. 먼저, 두뇌위원회는 픽사의 8명의 감독들과 제작자 그리고 회의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합니다. 현재 영화 제작의 진척 사항을 확인한 이후, 참석자들은 2시간 동안 영화를 좀 더 괜찮게 만들기 위한 방법에 대해 격론을 벌입니다. 두뇌위원회를 진행할 때에는 자존심 같은 것은 버려야 하며, 누구도 상태가 기분 나빠할 것을 염려해서 예의와 격식을 차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참가자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경하기 때문에 놀라운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하게 되며 여기서 나온 의견과 아이디어는 아무런 강제성을 띠고 있지 않습니다. 픽사에서는 이를 놓고 '서로 도움이 필요할 때 힘을 모으는 최고 영화 제작자들의 공동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일일 리뷰회의 역시 픽사의 협력 문화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매일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일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면 동료 입장에서 건전한 피드백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 창의적 소통의 선봉에 CEO가 있다

    조선 4대 임금인 세종이 통지하던 무렵에 대해 우리 역사상 최고로 창조적인 시대였다고 평가합니다. 세종은 본인 스스로가 천재는 아니었지만 장영실 같은 인재를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했으며, 또한 주위 사람들을 활용해 창조적인 생각을 얻어내는 역량이 남달랐다고 합니다. 특히 세종은 개인이 아닌 다수의 생각을 얻어내는 것이 바로 창조의 출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든 기관이 집현전입니다. 이 곳에서 그는 다양한 식견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합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이 때 세종은 견(狷), 광(狂), 지(止)의 세 가지 원리를 마음에 새겼다고 합니다. 견(狷)은 '하지 말자', '그만 두자'라는 신중함을 나타내는 말이고, 광(狂)은 '해 보자', '위험이 있어도 나아가 보자'라는 진취적인 뜻을 담고 있습니다.세종은 임금과 신하, 신하와 신하가 소통하고 논쟁하는 통로로 경연이라는 것을 두었으며, 이 때 찬성과 반대가 격렬히 부딪히며 조합하는 과정 속에서 창의성이 발휘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찬반이 팽팽히 대립할 때 잠시 멈추게 하고 생각하는 지(止)를 활용함으로써 창의적 결정을 위한 생각 정리에 들어가게 했습니다. 세종 대왕의 이러한 창조적 소통 방식은 현대의 리더들이 깊이 음미해 볼 만 합니다.

  • 집단 지성이 고객 소통으로 이어질 때 성과가 난다

    소통에 능한 기업은 조직의 소통의 길을 여는 것만큼 고객과의 소통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근처럼 고객 니즈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질 때, 이러한 변화를 얼마나 잘 간파하고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2010년 1월 맥킨지社가 북미와 유럽의 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는 잘 나타납니다. 조사에 의하면 고객과의 소통에 힘을 쏟는 기업은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제때 마치는 정도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17개 높았으며, 투자 대비 목표 수익의 충족 정도도 약 2개 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소통에 힘을 쏟는 기업의 80%가 '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소비자와 계속 소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소비자 기호를 조사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양한 부류의 소비자에게 새로 출시할 제품의 성능과 가격 등에 대한 평가를 의뢰하고, 제품 외적 요소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구함으로써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사소한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으며, 제품 개발 이후 시장에 출시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 40%까지 단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 고객 삶을 관찰하고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라

    고객이 바라는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소통은 고객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서부터 출발합니다. 단순히 제품 자체의 성능이나 디자인과 같은 기능적 측면의 개선에만 몰두하지 말고, 보다 본질적으로 고객의 삶을 면밀히 살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고, 생생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소통 활동이 있어야 합니다.

    고객의 삶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관찰과 끊임 없는 상호작용이 주는 이점은 간명합니다. 고객으로부터 신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식품 회사 제너럴 밀(General Mill)社가 스푼 없이 짜먹는 요구르트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고객을 면밀히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요구르트의 주 고객인 어린이들을 관찰했습니다. 아이들의 주 관심사는 노는 것이었고, 관찰 결과 아이들은 음료를 마시고 싶을 때에도 한 손에 음료수를 든 채 뛰어다니고 놀면서 마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푼으로 떠먹는 기존의 요구르트로는 어린이들의 '놀면서 마시는' 2가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제너럴 밀은 한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는 요구르트를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회사는 포장기법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아이들이 스푼 없이 먹을 수 있는 튜브 형태의 요구르트를 출시했고, 이 요구르트는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 국내에서도 '밥을 지을 때 물을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초보주부의 의견을 반영해 개발된 밥물 조절 기구나, '콩밥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흰밥을, 부모님을 위해서는 잡곡밥을 동시에 만들 수 있는 밥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이메일을 받고 개발한 칸막이 내장형 밥솥 등 고객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한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쌍방향 소통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라

    고객의 삶을 깊이 있게 관찰함으로써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신제품 개발로 이어지게 한 이후에도 고객과의 소통은 더 빈번히, 그리고 더 밀도 있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가 상품의 기획, 개발, 생산, 서비스 등 기업의 가치 창출 활동 전반에 걸쳐 고객 참여 기회를 늘리는 것입니다.
    GE 메디컬(GE Medical)社는 현재 및 잠재 고객에게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실행으로 연계하는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이 회사는 유명 병원의 의사와 연구 기관 과학자들을 '자문 위원회'에 초청해 제품 혁신 및 아이디어의 힌트를 얻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오토바이 메이커 할리데이비슨(Harley-Davison)社의 경우는 오토바이 모델을 디자인하기 전에 경영층이 '고객과의 오토바이 여행'에 참여해 고객의 니즈를 직접 파악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회사 홈페이지나 웹사이트를 통해 고객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 받아 경영활동에 반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성과를 내던 기업이 갑작스럽게 좌초되는 주된 원인을 보면, 고객과의 소통 혹은 조직 내부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시간 승승장구하며 거대 공룡으로 커왔던 IBM이 1980년대 말 위기에 봉착했을 때도 그 원인은 소통의 문제였습니다. 루 거스너가 IBM의 CEO로 취임해 단행했던 조치도 조직 간의 장벽을 허물고, 고객과 소통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소통에 능하면서도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기업만이 백 년 기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백 년 기업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 가야 할 것입니다

    (자료출처: LG경제연구원, '소통(疏通)에 능한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