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는 길'이라는 말 자체가 약간의 어폐가 있지만 세계에는 이름 난 걷는 길들이 많이 있습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페루의 잉카 트레일, 뉴질랜드의 밀포드, 히말라야 트레일 등. 국내에서는 제주도 올레길이 최초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오로지 '걷기'라는 신성한 활동을 위해 따로 내어지다시피 한 길들입니다. 현재 국내의 유명한 걷는 길 대부분은 그 시초가 사단법인이나 개인이지만 발 빠른 지자체와 정부가 뛰어들면서 전국의 길은 지금 걷기 용도에 적합할지 아닐지를 가리기 위한 감정에 들어갔으며, 이전에는 무용해 보였던 길을 쓸고 닦고 이름을 붙여 새로운 명상의 터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자연의 향기, 풍광, 날씨 등 우리를 세상과 하나 되게 하는 감각으로 가득한 전국의 길 6곳을 걸어 봅시다.

  • 강원도 바우길


    바우는 강원도 말로 '바위'를 가리킵니다. 백두대간에서 경포와 정동진까지 산맥과 바다를 함께 걷는 총 연장 약 350km로, 강릉 바우길 14개 구간, 대관령바우길 2개 구간, 울트라바우길, 계곡바우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느 길이든 금강소나무 숲이 70% 이상 펼쳐져 있어 트레킹과 삼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추천구간]
    첫 번째 구간 '선자령 풍차길'은 야트막한 고원에 푸르게 펼쳐져 있는 양떼목장 울타리를 따라, 산 위에 목가적 풍경처럼 펼쳐져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풍력단지를 따라 백두대간의 등을 밟고 걷는 길입니다. 정상은 해발 1157미터이지만 출발점의 높이가 850미터쯤 되는 곳이어서 걸을 때는 그다지 오르막길이 많지 않으며, 백두대간 등줄기에서 영동과 영서지방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구간인 '강릉바다 호숫길'은 사천진리 해변공원에서 바다를 따라 남쪽으로 경포해변과 경포호수, 허균허난설헌 유적공원을 지나 다시 남항진까지 바다를 따라 걷는 길로, 도보탐방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길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여덟 번째 구간인 '산 우에 바닷길'은 아래로 정동진 해변을 바라보며 걷는 숲길입니다. 안인항에서 정동진 역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동해의 우렁찬 파도 소리가 산 위까지 들려와 바다가 바로 발 아래 있는 양 걷는 맛이 있습니다.
    >>문의: www.baugil.org

  • 전북 부안 변산 마실길


    '마을에 나간다'는 친숙한 이름처럼 바다와 마을을 끊어질 듯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 이 곳의 최고 무기는 바로 '바다'입니다. 밀물 때는 바다였다가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바닷길을 걸을 수도 있고, 송림으로만 이루어진 숲길에 이르러서는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녹음 사이로 절경을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파른 오르막 없이 평지로만 이루어져 있어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제격입니다. 마실길을 걸을 때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썰물 때는 해안이 길게 드러나 길이 생기지만, 밀물에는 바닷물이 해안 가까이로 들어와 길이 없어지거나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질척해집니다. 또 하섬까지는 바닷길이 열렸다가 금새 물이 차오르기 때문에 물때를 정확하게 알고 건너야 합니다.
    사전에 반드시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 (http://byeonsan.knps.or.kr)에서 물때를 확인한 후 여행 계획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추천구간]
    1구간인 '노을길'은 2012년에 국토해양부로부터 '여행하기 좋은 해안누리길 대표노선'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밀물 시 해안 오솔길 걷기와 썰물 시 암석과 모래펄 구간 감상 등 최적의 탐방코스로 평가 받는 곳입니다. 또 세계 최장의 새만금 방조제와 적벽강, 채석강 등 변산반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코스입니다. 2구간인 '체험길'은 격포항부터 모항갯벌체험장까지 이어져 있으며, 약 14km로 4시간 정도 소요되는 길입니다. 다양한 체험거리와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하여 편안히 즐기면서 걷는 길입니다. 이 코스에는 '불멸의 이순신' 촬영세트장이 있는데, 마실길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관광객의 입소문을 타고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이 세트장은 계단식으로 지어져 위에서 바라보면 웅장한 건축물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또 용두산 앞바다에는 수락마을을 지키는 '솔섬'이 떠 있는데 이 섬은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솔섬을 지나 산림연수원으로 가는 길은 많은 관광객이 으뜸으로 꼽는 뛰어난 절경을 자랑합니다.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절벽 그 모습 그대로 다리를 만들었으며, 길을 걸으면서 바다와 산의 경치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 홈페이지 : http://www.buan.go.kr/02tour/01tour/tour03/08/index.jsp

  • 충남 마곡사 솔바람길


    불교 성지로 알려진 마곡사는 신라 때 고찰로, 백범 김구 선생의 젊은 시절 인연이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마곡사 진입로에서 경내로 가기 전 왼편 백련암 가는 길로 올라가면 50~60년된 소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무공해 '솔바람'길이 펼쳐져 있습니다. 솔바람길은 세 구간으로 나뉩니다. 제1길은 '백범길'로, 백범의 삭발터와 군왕대를 거쳐 돌아오는 코스이며 길이는 약 3.6km입니다. 제2길은 '명상 산책길'로, 5km 정도 되는데, 백범이 머문 백련암을 돌아 활인봉을 거쳐 생골마을로 내려올 내려오는 길입니다. 제3길은 '송림숲길'로, 활인봉에서 나발봉을 거쳐 전통 불교문화원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며 길이는 약 11km입니다. '春마곡 秋갑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봄날의 마곡사 주위는 그만큼 아름답습니다.


    [추천구간]
    방문객들이 선호하는 길은 1코스 '백범길'로, 천천히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길은 백범당과 그가 심은 향나무 앞에서 시작되는데 경사가 높지 않고 어딜 가나 소나무로 가득해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맨발로 걷는 사람도 많습니다.
    >> 홈페이지 : http://tour.gongju.go.kr/tour/sub01_03_02.do

  • 경남 무학산 웰빙 산책로


    무학산 둘레길이라고도 불리는 웰빙 산책로는 무학산의 허리춤을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길입니다. 지도 상으로 보면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의 전 구간이 평지로 되어 있고 오르막이 잠깐 있어도 곧 내리막으로 이어져 힘들여 걷는 길은 아닙니다. 편백나무 1만 그루가 심어진 편백숲 삼림욕장 2곳을 비롯해 나무다리 7개, 아치교, 데크형 계단, 난간, 침목 등이 친환경소재로 갖춰져 있으며, 산책 도중 편리하게 쉴 수 있는 평상과 긴 의자, 사각정자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산중턱을 걷다 보면 마산 앞바다와 마산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 오는데,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곳입니다. 하지만 길을 잘못 들었다가는 무학산을 등반하게 되는 수가 있으므로 표지판을 잘 보고 걸어야 합니다.


    >>홈페이지 : http://culture.changwon.go.kr/jsp/sub01/01_0802.jsp

  •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을 바라보며 걷는 둘레길은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21개읍면 120여개 마을을 잇는 274km의 장거리 도보로서, 각종 자원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걷기를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길이 아닌 지리산 인근의 터전을 이은 길로 그 꾸미지 않음이 둘레길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전원적인 풍경과 소나무숲길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줍니다. 지리산 마을의 정겨운 풍경과 아름다운 자연이 함께하는 걷기가 될 것입니다.


    [추천구간]
    1코스인 '주천-운봉' 구간은 옛 운봉현과 남원부를 잇던 옛길이 지금도 잘 남아있는 구간입니다. 특히 구룡치와 솔정지를 잇는 회덕~내송까지의 옛길(4.2km)은 길 폭도 넉넉하고 노면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경사도가 완만하여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솔숲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2코스인 '운봉-인월' 구간은 너른 운봉들녘을 따라 지리산 서북능선과 백두대간을 조망하며 호쾌하게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10km 전 구간이 제방길과 임도로 되어 있어 길 폭이 충분히 넓어 여럿이 함께 걷기에 좋은 평지길이고, 황산대첩비, 국악의성지, 송흥록 생가 등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요소들을 골고루 즐기면서 걷기에 좋은 곳입니다.
    >>홈페이지 : http://www.trail.or.kr/

  • 제주도 올레길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을 뜻하며, 통상 큰길에서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입니다. 도보여행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제주 올레길은 언론인 서명숙씨를 중심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개발한 것입니다. 2007년 9월 8일 제1코스(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 해변, 총 15km)가 개발된 이래, 2012년 5월까지 20코스까지 개장되었으며, 각 코스는 일반적으로 길이가 15km 이내로 평균 소요시간이 5-6시간 정도입니다. 주로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연결하여 구성되며, 제주 주변의 작은 섬을 도는 코스도 있습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는 지속적으로 코스를 개발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기존 길을 탐사하고 걷기 좋은 길을 선별하여 서로 연결하여 코스를 만드는 형태이며, 필요한 경우 폭을 넓히거나 장애물을 제거하는 식으로 걷기 좋게 만들어주는 작업이 수행됩니다. 계획적인 코스 개발과 홍보를 통해서 도보여행지로 성공한 제주 올레길은 제주도의 관광사업에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도보여행 열풍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추천구간]
    일곱 번째 코스인 '외돌개-월평' 구간은 외돌개를 출발하여 법환포구를 경유해 월평포구까지 이어진 해안길로서, 올레길 중 최고의 비경을 가졌다는 소문답게 외돌개의 해송과 신들의 정원이라 일컬어지는 돔베낭골, 아름다운 풍경의 포구들까지 시선이 닿는 곳마다 걸음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올레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자연생태길인 '수봉로'를 만날 수 있는데, 수봉로는 염소가 다니던 길에 삽과 곡괭이만으로 계단과 길을 만들어서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한 길입니다. 열 번째 코스인 '화순-모슬포' 구간은 화순 금모래 해변에서 출발하여 산방연대, 송악산 등을 거쳐 모슬포항에 이르는 15km의 코스입니다. 마라도와 가파도를 가까이 볼 수 있고, 산방산과 오름군, 영실계곡 뒤로 비단처럼 펼쳐진 한라산의 비경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코스의 절정은 제주 최남단 땅끝에 솟아 오른 '송악산'으로, 송악산 절벽에는 일제시대 일본군들이 미군의 상륙에 대비해 어뢰정을 숨겨 놓았던 동굴이 고스란히 남아 가슴 아픈 제주의 역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열두 번째 코스인 '무릉-용수' 구간은 서귀포 무릉 2리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골에서 출발해 녹남봉과 신도 앞바다, 생이기정 바당길을 거쳐 용수포구에 이르는 총 17.6km의 길입니다 클라이맥스인 생이기정 바당길('새가 많은 절벽'이라는 뜻)은 한쪽으로는 푸른 평원이, 다른 한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어 밝은 날도, 흐린 날도 운치를 느낄 수 있는데 제주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해 비옷과 바람막이는 필수입니다.
    >>홈페이지 : http://www.jejuoll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