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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좋아요

흔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변동적(Volatility)이고, 불확실(Uncertainty) 하며, 복잡(Complexity) 하고, 모호(Ambiguity)
하다는 뜻의 '뷰카(VUCA)' 시대라고 말합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신성장 동력으로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대응 능력이 국가 차원에서부터 다른 선도 국가들에 비해 취약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국가들이 4차 산업혁명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순위를 매겼습니다. 노동시장 유연성, 기술 수준, 사회간접자본, 교육 시스템,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에 대한 가중평균 분석 결과 스위스가 1위를 차지했고, 일본과 대만은 각각 12위와 16위, 한국은 25위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국내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문화 진단 결과 보고서에서도, 조사 대상의 약 77% 기업의 조직건강도가 글로벌 1800개사의 평균 대비 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습적 야근, 비효율적 회의, 상명하복식 지시 등 후진적 기업문화가 심각한 폐단으로 지적됐으며, 이런 현상을 가져오는 근본 원인으로 비과학적인 업무 프로세스, 비합리적인 평가 시스템, 리더십 역량 부족 등이 꼽혔습니다.


생존하는 기업의 조직역량

4차 산업혁명은 직업 혁명이 핵심입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봇 기술 등의 발전으로 직업과 노동의 미래가 극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경영자들의 고민이 너무 인재, 직무, 인사제도에만 집중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경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조직역량(organization capability)이 개인 차원의 역량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개인 차원의 '역량(competency)'은 '인재가 우수한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로 동기(motivation), 특성(traits), 자기인식, 지식, 스킬' 등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직 내 개인들의 역량을 모두 합한 것이 조직역량과 같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조직역량은 개인 역량 외에도 조직원 공통의 성공 경험, 체계적인 일 처리 방식, 효율적 관행과 제도, 프로세스와 문화 등이 모두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정적 역량(Static Capability) 동적 역량(Dynamic Capability)
주로 형식지 형태로 존재 주로 암묵지 형태로 존재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역량 확보 가능 확보가 어렵고, 확보 여부 판별이 쉽지 않음
한 번 확보하면 사라지지 않음 지속적으로 유지 노력을 해야 함
마케팅, 재무관리, 전략 기획 등 역량 변화 관리, 혁신능력, 직원 몰입, 사업가 정신 등

[표] 정적 역량과 동적 역량


조직역량의 종류는 전략을 잘 짜는 것, 남보다 매력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것,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 우수한 인재를 내부적으로 잘 키우고 활용하는 것 등이 모두 조직역량으로 다양합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직역량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조직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런 시도에는 위험이 따르기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블루오션 전략에서 얘기하는 '전략 캔버스' (Strategy Canvas, 서비스 또는 제품의 속성을 가로 축으로 하고 품질 또는 서비스의 정도를 높고 낮음에 따라 세로 축으로 설정하여 기업의 전략을 하나의 꺾은 선 그래프 형태로 나타나도록 함으로써 다른 기업의 전략과 차별화되는 전략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함) 개념을 생각해보면, 스마트한 기업들은 몇 가지 조직역량은 '세계적 수준'으로 가져가되 다른 조직역량은 평균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합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고객 니즈 대응능력, 의사결정 스피드, 물류운영 역량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처럼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는 아닙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방대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조합 덕분에 과거에 중요하게 여겨졌던 많은 조직역량들이 대체(代替)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마켓 리서치, 재무 분석, 신제품 개발, 지속적 품질 개선 등의 조직역량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평준화돼 차별화 포인트가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반면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 조직 분위기 등은 쉽게 알고리즘화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역량으로 차별화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비디오 대여업으로 시작해 10여 년 만에 세계 영화 및 콘텐츠 시장을 뒤바꾼 넷플릭스는 핵심 가치와 행동 강령을 담은 기업문화 지침서는 인터넷에 일찌감치 공개되었습니다. 다른 기업들이 쉽사리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조직역량은 특성상 매우 동적(dynamic)입니다.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하고 변화 많은 세상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조직역량이 필요한지 알려면 이 시대의 특징을 먼저 알아야 하는데, 이를 가장 잘 정리한 개념이 바로 뷰카(VUCA)입니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공산권이 무너지고 냉전 시대가 끝나면서 과거의 양극적인 질서도 함께 무너지자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과거의 흑백논리적인 세계관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복잡한 시대라는 의미에서 이런 개념으로 정리해 쓰게 되었습니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영어 앞 글자를 딴 이 표현은 군사, 정치, 국제관계를 넘어 여러 분야에 적용되었고, 급기야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세계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 빛의 속도로 방향을 바꾸는 능력


세계경제포럼(WEB)의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에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에서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로 바뀐다"라고 썼습니다.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사치앤사치(Saatchi & Saatchi) 社의 전(前) CEO 케빈 로버츠(Kevin Roberts)는 "마케팅은 죽었다. 마케팅의 역할도 달라졌다. 이제 더 이상 새롭다고 할 만한 것이 없다. (중략) 이제는 스피드와 속도가 모든 것이다. 마케팅이 할 일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이 그 변화를 따르도록 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속도'를 강조했습니다. 즉, 빨라야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빠르다'의 의미에는 부연 설명이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살아남는 기업들에 요구되는 것은 주어진 일을 짧은 시간에 한다는 의미에서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속도가 중요합니다. 스포츠로 비유를 한다면 100미터를 0.1초 더 빨리 뛰는 차원이 아니라 미식축구 공격수가 태클을 거는 수비수를 따돌리기 위해 재빠르게 방향을 바꿔 뛰는 것과 같은 기민함이 중요한 것입니다.



  • 이런 기민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경영 방식이 린스타트업(Lean Startup)입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사업가 에릭 리스(Eric Ries)가 자신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고안한 이 경영 방식에는 사실 새로울 것이 별로 없습니다. 도요타가 수십 년간 축적한 린 경영(Lean Management) 기법,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의 하나인 애자일(Agile) 방법론, 새로운 아이디어를 혁신적으로 활용하는 디자인 전략(Design Thinking) 등을 접목한 것입니다. 하지만 린스타트업만의 고유한 개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방향 전환(Pivot)'입니다.
    방향 전환은 당초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확인하고 재빨리 방향을 바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능력입니다. 복잡하고, 변동성이 높고,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완벽한 계획이란 것이 어차피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당한 아이디어를 빨리 시도한 후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탄생한 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대열에 세계적인 공룡기업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과 같이 GE의 패스트웍스(Fast Works)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난 2012년 에릭 리스의 도움으로 GE 사정에 맞게 수정한 이 방법론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거대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최고 경영진의 강력한 후원에 500여 개 이상의 신규 프로젝트에 적용돼 신제품 개발 사이클을 30% 이상 단축하고 고객 대응 속도를 4배 이상 개선하는 등 GE를 이전보다 훨씬 기민한 조직으로 만들었습니다.


2.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능력


4차 산업혁명은 그전까지의 산업혁명에서 이뤄낸 모든 지식, 기술, 성과를 연결, 융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부가가치는 기존 비즈니스를 기존 방식으로 열심히 한다고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다른 새로운 시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Amazon)은 원래 인터넷으로 책을 파는 회사였지만, 책에서 다른 상품으로 확대했고 상품에서 물류로, 물류에서 웹 서비스로 새로운 시도를 지속했습니다. 2016년 1분기 기준 아마존 전사 수익의 67%가 웹 서비스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매 분기 눈앞의 이익에 목을 매는 상황에서 회사가 망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아이폰이 2010년 한국에 수입됐을 때 이것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핸드폰, 인터넷, MP3 기술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고 한국 대기업도 마음만 먹으면 금방 만들 수 있는 것이었으니 그런 생각을 할 만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폰은 지난 10년간 세상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바꾸어놓았습니다. 결국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기업만이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저스는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직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호기심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도구와 플랫폼이 지천으로 널려 있을 뿐 더러, 정보나 지식은 이미 희소한 자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희소한 것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하는 사람의 관심과 호기심에서 나온 열정입니다. 일단 조직 안에 새로운 시도와 호기심의 불씨를 지핀 다음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방법에 대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비즈니스, 기술, 유행 등 관련한 세계적 트렌드를 추적하는 전문 기업 '트렌드헌터(Trendhunter)' 창립자 제리미 구체는 기회를 창조하는 6가지 방법을 제시했는데, 결합(Convergence), 이탈(Divergence), 순환(Cyclicality), 방향 재설정(Redirection), 단순화(Reduction), 가속화(Acceleration)였습니다. 이 중 '이탈' 전략과 관련한 페이스북의 사례를 보면, 주류 소셜미디어가 상대방이 나를 팔로(Follow)할 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때 페이스북은 반대로 상대방이 내 콘텐츠를 볼 수 있을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역발상을 통해 당시 이슈였던 개인 정보 노출에 대한 이슈를 해결하면서 서비스의 매력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습니다.


3. 소프트웨어를 통해 하드웨어의 가치를 높이는 능력


21세기는 디지털의 시대이며, 디지털화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하드웨어의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일수록 디지털화를 통해 얻을 것이 더 많습니다.



  • 이런 변화의 선봉에 선 기업이 GE로, 지난 2011년 캐피털 사업 대부분을 매각하고 본업인 제조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발표하면서 디지털화를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삼았습니다. 이멜트 회장은 "우리는 디지털 제조업(Digital Industrial)을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경쟁자는 구글과 같은 기업들이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즉, 소프트웨어 회사로의 변신은 하드웨어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반대로 하드웨어의 경쟁력을 증폭시키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의 가치를 높이는 사례는 국내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철강 기업 포스코는 '인공지능 기반 도금량 제어 자동화 솔루션'을 최근 개발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강판 생산의 핵심 기술인 용융아연도금(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을 인공지능을 통해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도금량 편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로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품질 편차가 발생하던 문제를 해결했으며, 이를 통해 품질 향상, 원가 절감, 생산성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4. 조직 안팎의 역량을 모두 활용하는 능력


디지털과 융합을 통해 민첩하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데 기반이 되는 조직 역량이 바로 협업 능력입니다. 명확한 목표를 공유하고, 상호 신뢰와 진실성 있는 소통이 이뤄지는 협업(collaboration)은 전반적인 조직 역량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협업은 조직 내 다양한 아이디어와 자원들이 자연스레 연결돼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돕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협업은 기업 내부뿐 아니라 외부 주체들과의 협력까지도 적극 포용해야 합니다. 시장은 항상 새로운 가치를 원하고 토털 솔루션을 기대하는데 모든 것을 내부 역량만으로 해결하려고 하다가는 기회를 놓치기 때문입니다. 고객, 협력사, 정부/기관은 물론 스타트업 기업과의 협업이 특히 중요해집니다.

  •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기업은 새로운 사업 콘셉트를 포착하고 초기 상품화하는 데 강점을 가진 반면 대기업들은 가능성이 있는 초기 사업 모델을 완성해 수익에 이르도록 하는 데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협업이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실리콘밸리입니다. 기업 간의 다양한 커뮤니티, 콘퍼런스, 네트워크 등을 통해 기술, 아이디어, 인력의 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학 및 연구소, 벤처캐피털 등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스타트업 기업들은 엔지니어 중심의 조직 특성으로 인한 조직관리, 마케팅, 자금조달 측면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안의 활발한 인재 이동은 암묵적 지식과 노하우의 확산을 촉진합니다. 좋은 예로,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마그네틱 전송 기술(MST)을 보유한 루프 페이를 인수해 '삼성 페이'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한 것이 있습니다.

미래형 조직역량 육성 전략

삼성에서는 한때 '마하경영'이 화두였습니다. 제트기가 음속(1마하=초속 340m)을 돌파하려면 엔진은 물론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질과 소재•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듯 삼성 역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비행기의 다른 부분은 그대로 둔 채 엔진만 초음속으로 바꾸면 엔진을 켜는 순간 비행기가 산산조각 나는 것과 같이, 조직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복잡계 시스템이기 때문에 모두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앞서 설명한 '민첩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디지털을 잘 활용하는' 조직이 되는 것은 어떤 한두 가지만 바꾼다고 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하드웨어, 운영 체계, 소프트웨어가 함께 바뀌어야 하지만, 이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 없이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는 것은 더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의 조직역량을 키우기 위해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비전과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


불확실성이 높은 변화의 시기일수록 변하지 않는 목표와 추구 가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역설적인 진리입니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모든 것이 달라지는 환경에서 중심을 잡아줄 무엇인가가 없다면 어떤 조직이라도 공중 분해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전과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다른 모든 것에 비해 우선입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직원들의 이동이 빈번해지고 처음 손발을 맞춰보는 직원들이 협업을 할 일도 많아지기 때문에 이들을 묶어줄 공통분모가 없다면 조직역량이 발휘되지 못할 것입니다.



조직과 예산의 제약 극복


전통적인 대기업에서 경영자가 조직을 운영하고 통제하는 핵심은 조직, 예산, 임원 인사입니다. 이 세 가지만 결정하면 나머지는 따라오기 때문에 그만큼 이 결정이 갖는 무게는 대단합니다. 문제는 조직과 예산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조직과 예산은 1년에 한 번 바꾸고, 준비에 2, 3개월이 족히 걸리기 때문에, 한 번 하고 나면 남은 1년간은 기본적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10년에 한 번 정도 세상이 바뀔 때는 이것이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1년에 서너 번 세상이 바뀐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과거의 방식 하에서는 조직과 예산을 바꿔주기 전에는 구성원들이 일을 하지 못하니 이 제약을 풀어야 합니다.


팀으로 일하는 구조 만들기


전통적인 위계 조직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시도, 틀을 깨는 협업, 기민한 적응과는 거리가 멉니다. 위계 조직은 원래 대량 생산, 반복 업무, 안정적 통제, 생산성 극대화 등의 원칙하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기존 조직을 모두 없앨 수도 없으니 전통적인 기업들은 우선 팀 중심의 일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신사업 발굴과 추진을 위한 별도 조직을 신설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만약 조직 전반적으로 변화의 움직임을 확산하려 한다면 기존 조직 구성원들의 시간의 일정 부분을 새로운 프로젝트팀에 할애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좀 더 과감한 방법은 조직 계층 구조 자체를 수술해서 단계를 줄이고,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보다 속도에 집착하도록 해야 합니다.


핵심급 외부 인재 영입


전통적 산업에서 성공적이었던 기업이 4차 산업혁명 환경에 맞도록 바뀌려면 사업, 조직, 문화가 모두 변해야 하지만, 과거의 성공에 최적화된 기업의 내부 역량과 경험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핵심급 인력을 과감하게 영입해 변화를 촉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GE가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려고 할 때 시스코(Cisco Systems)의 빌 루(Bill Ruh) 부사장을 영입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미래 역량 중심의 인적 쇄신


외부에서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를 모셔오더라도 기존 구성원들이 변화를 거부하면 혁신은 실패합니다. 과거 사업, 방식, 가치에 연연하는 직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조직의 미래를 리드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리더가 돼서는 안 되며, 직원들은 진부화된 지식과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스킬을 쌓고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인적 구성 및 예산 배분에 있어서 새로운 사업에 우선적인 배려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인적 쇄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지시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일을 추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동기를 갖추도록 하는 것입니다.


조직의 다양성 높이기


지금까지는 조직에서 사람을 뽑을 때 시키는 대로 일을 잘하는 성실한 인재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인재만으로는 조직 차원에서 창의, 혁신이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망하기 쉽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생각'의 다양성입니다. 인재의 유형으로 볼 때 둥글둥글한(well-rounded) 인재뿐 아니라 모나고 튀는 인재(pointed talents)가 많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런 튀는 인재들이 입사하고 싶은 회사가 되려면 조직의 포용력(inclusiveness)이 높아야 합니다. 192개 국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75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2013년 연구에 따르면 포용적인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군이 그렇지 못한 기업군 대비 시장점유율 및 신규 시장 개척에서 현저한 우위를 보이기도 합니다.


팀 리더 동기부여 역량 강화


새로운 시도를 위한 직원들의 노력과 시도들은 팀 레벨에서 이뤄집니다. 회사가 아무리 크고 대단해도 성과를 위한 행동은 개인들이 팀 안에서 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팀원들의 행동은 팀 리더의 제약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조직 전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빠르게 움직이도록 하려면 중간관리자들의 동기부여 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구글은 수백 개 팀에 대한 성과 분석을 통해 높은 성과를 낸 팀의 리더들이 그렇지 못한 팀의 리더들과 차별화되는 행동 특성 8개를 도출했는데 그중 6개가 직간접적으로 구성원 동기부여와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조직역량 지표 별도 관리


대부분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경영활동은 KPI(Key Performance Index, 핵심성과지표)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KPI는 조직 성과관리의 중심축이고, 임원 보상을 좌우하며 그로 인해 조직 구성원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KPI는 속성상 단기적이며, 주로 재무 또는 운영 지표 성격을 띱니다. 그러다 보니 투자, 모험, 인내심이 필요한 조직역량 강화에 힘을 쏟기보다는 있는 역량을 소진시켜서라도 눈앞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만 매몰되는, 닭을 잡아서 알을 꺼내는 격이 되어버립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조직역량을 정하고 현 수준을 진단 후 3∼5년 목표로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와 프로세스 단순화하기


조직은 제한된 사람과 자원을 가지고 운영이 되기 때문에 변화와 혁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려면 일은 끝없이 늘어납니다. 자원은 그대로인데 일만 늘어나면 조직이 견디지 못하거나 우선순위가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먼저 조직 내에 만성화된 관행, 제도, 프로세스 등을 없애거나 단순화해서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① 없애기 (Eliminate) ② 줄이기 (Reduce)
업계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요소들 중에 어떤 것을 제거할 것인가? 어떤 요소를 업계의 표준 이하로 감소시킬 것인가?
③ 확대하기 (Raise) ④ 새로 만들기 (Create)
어떤 요소를 업계의 표준 이상으로 증가시킬 것인가? 업계에서 제공한 적이 없는 어떤 새로운 요소를 창조할 것인가?

[표] ERRC 그리드 (출처: Blue Ocean Strategy)


블루오션 전략 캔버스와 함께 쓰이는 도구로 ERRC 그리드(Grid)를 강조하는 것도 동일합니다. 형식에 치우친 보고, 결론 없는 회의, 시대에 뒤떨어진 프로세스 등을 없애(Eliminate)거나, 줄여(Reduce)보고, 실행 후 확대(Raise)하거나 새로 만들어(Create)봅시다.




(자료 출처: 동아비즈니스리뷰 223호 – '공룡보다 카멜리온 조직역량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