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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좋아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업들이 디지털화(Digital Transformation)를 피하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디지털 기업이란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초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디지털 기업은 물리적인 현실 세계를 디지털 세계로 복하사여 옮기고,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관리하며 수시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컴퓨터로 움직이는 세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GE의 사례를 통해, 디지털화 시대에 맞춰 우리 조직은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 지 그 단서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GE가 변신을 꾀하는 이유

작년 8월 GE가 성과 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한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기업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19세기 말 토마스 에디슨이 개발한 전구로 사업을 시작하여, 20세기 굴뚝 산업시대의 대표적인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한 GE는 그 동안 전 세계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었습니다. 6시그마(Six Sigma, 고객에 초점을 맞추고 데이터에 기반을 둔 경영 혁신 방법론), 바이털 커브(Vital Curve, '상:중:하=2:7:1' 등 상대 평가 등급을 책정하기 위한 곡선), 크로톤빌 리더십 센터(Crotonville Leadership Center, GE의 리더십 양성기관) 등의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기업들은 적지 않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런 GE가 "오늘날의 변화된 환경에서 기존의 성과 관리 시스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라며 과거의 제도를 부정하자, GE를 예의주시하던 수많은 기업들이 그 배경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GE가 인사•조직 운영 시스템 전반을 개편하는 이유는 구글, 아마존 등과 같은 디지털 기업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GE의 CEO인 제프리 이멜트(Jeffery Immelt)는 "우리는 디지털 제조업(Digital Industrial)을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경쟁자는 구글과 같은 디지털 기업들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GE는 20세기의 기업을 운영하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디지털 세계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함에 따라 새로운 일하는 방식인 패스트웍스(FastWorks) 도입, 연간 성과 리뷰 및 상대 평가 폐지, 리더십 변혁 등 굵직한 변화를 동시다발적으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모든 기업이 디지털 기업을 지향해야 할까?

GE는 전 세계 기업들의 주목을 받는 선도적인 기업이고, GE가 택한 '디지털'이라는 키워드도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임은 틀림없지만, 모든 기업들이 GE처럼 디지털화를 추진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디지털 기업이 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모든 기업들이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디지털 기업이 되어야 할까요?


디지털 기업의 의미


'디지털 기업'이란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초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의 저자인 살림 이스마일(Salim Ismail)은 이들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물리적인 현실 세계를 디지털 세계로 복사하여 옮기고,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관리한다"고 말합니다.
한 예로 GE와 지멘스(Siemens)는 기차의 핵심 엔진인 로코모티브(Locomotive)와 그 주변 상황을 디지털화 했습니다. 미국 철도회사인 암트랙(Amtrak)은 GE와 지멘스의 로코모티브 엔진을 주로 사용합니다. 과거에는 엔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기계공을 현장에 불러와서 고쳤습니다. 기계공들은 엔진을 직접 뜯어 보거나 다양한 테스트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만큼 자주 사람을 부르지 않습니다. 로코모티브 상태에 대한 정보들은 실시간으로 GE나 지멘스의 데이터 센터로 직접 전송되며, 데이터 센터 직원들은 현장에 직접 나가보지 않아도 모니터로 현장의 로코모티브 이미지를 띄워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문제의 여지가 있는 사항들을 예측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엔지니어가 현장에 나가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그 빈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데이터 센터에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해결 가능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아마존은 서점과 백화점을 디지털 세계로 복사했고, 테슬라는 자동차와 주행 도로를 디지털 세계로 옮겼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수시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컴퓨터로 움직이는 세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인 램 차란(Ram Charan)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CEO 등을 포함한 C-레벨의 경영자들은 경영 회의에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에 대해 주로 이야기할 것이다. 알고리즘을 어떻게 개선해야 경영 성과가 높아질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하기 어려운 디지털 혁신


그 동안 20세기를 대표하는 유수의 기업들은 물리학, 기계공학 등 하드웨어 역량을 중심으로 사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디지털 기업이 되어야 한다"라는 이야기에, "앞으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겠지만, 하드웨어 역량 중심으로도 충분히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경우든 하드웨어 없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이들에게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는 보완적인 솔루션에 가깝습니다. 예컨대 디지털 기술이 개발된 이래 ERP, SCM, 생산자원계획, 유연생산시스템, CAD/CAM 등 다양한 솔루션들이 기업 생산성 제고 차원에서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혁신 현상들을 살펴 보면, 과거의 익숙한 사업 방식대로 하드웨어에 주력하려는 생각은 다소 위험해 보입니다. 요즘에는 과거와 달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습니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기계장치/장비로 구현되던 기능들이, 전자장치/장비와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 투자가인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잡아먹고 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로코모티브, 항공 엔진, 터빈 등 중후장대 장비들을 제조하던 GE나 지멘스 같은 회사가 "소프트웨어 역량이 제조업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요. GE는 소프트웨어 운영 플랫폼으로 프레딕스(Predix)를, 지멘스는 마인 드스피어(MindSphere)를 개발하며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역시 컴퓨터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구글과 테슬라에 놀란 포드, GM, 도요타 등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앞다투어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기술 등에 대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화는 한두 산업에 국한되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산업별로 속도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디지털 혁신을 '한 때의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 모든 산업에서 끊임없이 일어날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존 기업들이 하드웨어에 안주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기술로 무장한 디지털 기업들이 앞장 서서 기존 사업들을 혁신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할까

Wait and See를 택하는 기업들


일부 기업들과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이 각 산업 영역에서 어떤 형태로 발전해 나갈지, 기업 성과에 어떻게 기여할지 아직 불확실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고 보자(Wait and See)'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5~2015년 사이 모바일을 필두로 디지털 기술은 다양한 형태로 급속히 발전해 왔지만, 정작 기업들의 생산성 증가율은 과거보다 그다지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이러한 현상을 놓고, "실리콘밸리여, 하늘을 날아다니는 차는 그만 잊어 버리고, 경제적인 성과를 보여달라"라는 글을 싣기도 했습니다. 또 MIT 대학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교수는 "디지털 기술을 사업 현장에 적용하여 의미 있는 결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지독히 어렵다. 기업들은 디지털 혁신을 이루어내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배우며, 생존을 위한 싸움을 힘겹게 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생산 자동화 등 기존 가치사슬 상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적용하는 선에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실행 역량'은 하루 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그러나 딜로이트 컨설팅의 디지털 혁신 센터 의장인 존 하겔(John Hagel)은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들의 배경에는 우선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에 대한 이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디지털 기술의 상용화가 바야흐로 기하급수적으로 개화할 시점에 도달했다는 관점입니다. 하지만 시점에 대한 논란과 함께, 실제 실행의 관점에서 보다 중요하게 눈여겨봐야 할 주장 중의 하나는 "디지털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조직적인 역량을 구축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견해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디지털 전략을 만들어 내더라도, 실행에 옮길 조직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림 속의 떡'일 뿐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터쉬만(Michael Tushman)은 "기술 변화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이유로 주저하는 것은 단견적인 선택이다. 불확실성을 감내하며 갖은 종류의 시행착오를 통해 고생스럽게 학습하는 것이 오히려 성공의 토대가 된다"라고 주장합니다. 터쉬만은 과거 중대한 기술 변혁기에 처했던 기업 사례들을 토대로 두 가지 사항을 발견했습니다. 먼저, '환경 변화에 따라 조직 정렬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기술 인력 확보/육성, 적합한 조직 구조/시스템 구축, 문화 변경 등 환경 변화에 맞는 실행 조직을 다시금 구축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두고 보자' 전략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더 위험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한 기업들의 성공 확률이 '두고 보자' 전략을 선택한 기업보다 더 높다'는 점입니다. 전략의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외부 환경, 고객, 경쟁자 분석 등을 통해 수립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전략 실행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실행 조직은 단시간에 만들어 지기 어려워, 조금이나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접근하는 쪽이 혁신에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디지털 전략을 실행할 조직 역량 갖추기


[그림] 조직 설계의 기본 요소 (출처: LG경제연구원)



사람 : 산업 전문성+소프트웨어 전문성


어떤 조직을 설계하든지 가장 첫 출발점은 사람입니다. 결국 일을 수행하는 당사자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일을 하는 시대가 본격화 되더라도, 알고리즘을 고민하는 것은 주로 사람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디지털 기업에 필요한 인력의 핵심 역량 요건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는 '산업 전문성'으로, 전자, 화학, 통신, 제약, 금융 등 자신이 일할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소프트웨어 전문성'으로, 단순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기술적 활동만을 의미하기 보다는 각자의 업무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디지털 세계에서 어떻게 구현 가능할지 이해함을 뜻합니다.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합니다. 첫번째는 '외부 영입'을 통해 소프트웨어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나 소규모 스타트업을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미국의 종자•비료 회사인 몬산토(Monsanto)는 2010년 이후 클라이밋 코퍼레이션(Climate Corporation) 등 일련의 스타트업 M&A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별도 조직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통합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기존 조직과 융합시켜 나갔습니다. 또한 몬산토 내부 IT 조직도 강화하여 클라이밋 코퍼레이션 기술 인력들과 기존 사업부간 가교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 덕분에 몬산토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성공적으로 소화내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내부 직원을 육성'하는 방법입니다. 미국의 대표적 통신회사인 AT&T는 신규 채용보다는 기존 인력을 신속히 재교육하고 평생 학습을 조직 문화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연간 교육 예산을 25% 늘렸으며 180만 개 이상의 개별 강좌, 사내 전문 학위 과정, 정규 학위 과정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그 덕분에 직원들은 일주일에 5~10시간 정도를 자발적으로 교육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요즘 많은 기업들은 AT&T의 방식에 보다 주목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품절 현상, 스타트업들의 몸값 상승 등 외부 확보에 드는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 구조 : 실험(Experimentation)하는 팀 조직들


과거 표준화된 제품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던 기업들은 중앙에서 전 조직을 통제•관리하기 편리하도록 사전에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체계적으로 조직화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디지털 경영 환경에서, 기업들은 그때그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방안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는 디지털화가 진행됨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조직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데브옵스(DevOps, Development and Operations)'를 이야기합니다. 데브옵스는 R&D, IT,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멤버들로 구성되며, 고객, 시장, 경쟁사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실험해 보고, 시장 반응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언제든 해산합니다. 원래 데브옵스라는 용어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던 용어입니다. 예컨대 온라인 게임회사의 경우 주요 게임별로 개발과 운영을 전담하는 팀들이 있는데, 각 팀은 자신들의 게임 베타 버전을 개발하면 고객 테스트를 하고 인터넷에 배포합니다. 이후에도 버그 같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능 개선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개발, 업그레이드합니다. 이렇게 개발부터 운영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책임지는 팀을 데브옵스라 합니다. 최근 산업 전반에서 제품/서비스가 소프트웨어화 되는 영역들이 많아지고, 팀내 IT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데브옵스와 같은 소프트웨어 업계 용어들을 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빠르고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데이터를 분석•지원해 주는 애널래틱스(Analytics) 팀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로 검증된 구체적인 숫자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포터는 "부서별로 데이터 분석팀을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전사 관점에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전사 차원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더욱 많이 확보함으로써, 더 의미 있는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 시스템 : 절대 평가•보상을 강화한 성과 관리 시스템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그때그때 대응하는 팀 조직이 활성화 됨에 따라 GE, Microsoft, IBM, CISCO 등 많은 기업들은 1년에 한번씩 이루어지던 조직 및 개인 평가는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여 연간 평가를 폐지하고 있습니다.
평가의 개념도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평가의 주요 목적은 등급을 매겨서 보상하는 데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랭킹, 등급 제도를 폐지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랭킹은 구성원들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사내 정치를 초래하기 쉬워 오히려 팀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해가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평가는 이제 육성의 관점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주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수행 업무에 대해 피드백을 하면서 잘한 점, 개선할 사항, 지원해 줄 사항, 향후 커리어 등을 논의합니다.
보상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랭킹이 사라져 감에 따라 평가 등급과 보상의 연결고리는 약화되고 있으며, 각 기업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자신들에게 적합한 보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GSK(GlaxoSmithKline)은 25% 정도를 고성과자로 추려내어 이들에게는 스톡옵션, 현금 등의 인센티브를 지급하지만, 다른 구성원들은 특별히 차등하지 않습니다. 또 포천(Fortune)誌에서 선정한 500대 기업 중 하나인 자동차 부품 회사 리어(Lear)는 구성원들의 임금 인상 수준을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외부 노동 시장 상황을 감안하여 결정합니다. 리어는 승진, 육성 기회 부여 등으로 고성과자에 대한 동기부여가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조직문화 : 디지털 문화(Digital Culture)


팀 조직, 절대 평가 방식의 강화 등 조직과 시스템의 변화는 조직 문화의 변화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새로운 조직 문화는 새롭게 변하는 조직 구조, 시스템과 정합성을 가져야 합니다. 디지털화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조직 구조/시스템뿐만 아니라 '디지털 문화'를 배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과거의 기업들이 '효율성을 높이고, 마진을 개선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들은 '실험과 속도를 중시하고,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협력과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하며,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림] 기업들의 디지털화 수준별 조직 문화 양상 (출처: LG경제연구원)


조직 문화에 영향을 주는 핵심 키워드는 '리더십'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업에서 리더십을 바꾸는 방법 중 '인적 쇄신'이 효과적이라고 말하지만, 대체 인력 확보 한계, 조직 사기 저하 등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교육'에서 답을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GE의 Going Digital 사례 : 스타트업 사단을 꿈꾸며

GE는 디지털화라는 측면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 중의 하나입니다. 처음 GE가 디지털화를 이야기했을 때 많은 애널리스트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전통적인 제조업 공룡이 디지털 기업이 된다"라는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소프트웨어 솔루션 회사를 하나 만들려나 보다" 정도로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GE의 디지털화 전략과 실행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블룸버그는 토마스 에디슨의 사진을 커버로 실으며 "토마스 에디슨 시대의 영광을 재현할지도 모른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GE가 추진하는 디지털화 방식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단 한가지 방법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모든 기업이 GE처럼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불확실성과고 있습니다. 또한 고객들과 협업하며 디지털 제조업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GE의 항공 엔진 고객들은 제트 엔진의 상태를 디지털 정보로 실시간으로 얻고 있으며, 엔진 실패의 리스크 속에서 한발 앞서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GE의 사례를 통해, 기업들은 각자의 구체적인 변화를 위한 단초를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GE가 말하는 디지털화는 하드웨어(Physics)와 데이터 분석(Analytics)을 통합하는 것입니다. GE는 자신들의 하드웨어에 단순히 센서를 붙이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하드웨어의 많은 부분을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로 바꾸고 있습니다. GE의 수석 분석가인 마르코 애눈지아타는 "이제 우리는 제트 엔진, 로코모티브, 윈드 터빈 등 기계만 팔지 않는다. 고객사의 성과를 높여줄 데이터와 솔루션을 함께 제공한다"라고 말합니다. GE는 고객사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스스로 개발할 수 있도록 여기에 운영 시스템 소프트웨어인 프레딕스(Predix)를 오픈하 정비를 위한 일정도 평균 운항 횟수에 따른 어림치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계획할 수 있습니다. 또한 GE의 풍력 발전 터빈들은 스스로 판단해서 좀 더 많은 풍량을 얻으려 방향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 인력 확보 및 융합부터 시작


2011년 GE가 '디지털 제조업'을 이야기한 후 1~2년은 변화를 주도할 소프트웨어 조직을 구성하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였습니다. "우리는 비행기, 기차, 의료기기 등 다양한 기계들이 알아 듣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 것이다"라며 디지털 제조업을 개척해 나갈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말 30명 정도였던 조직을 1,300명까지 늘린 후에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 인력들과 기존 사업부들 간의 협업을 강조했습니다. 에너지, 발전, 운송, 항공 등 GE의 각 산업 분야의 전문 지식과 소프트웨어 지식이 융합되어야 의미있는 제품/서비스 개발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각 사업부에는 디지털 책임자가 생겼고, 캘리포니아 샌라몬(San Ramon)에 있는 소프트웨어 센터와 사업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습니다. KI(Key Indicator)도 조정하여 디지털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함께 공유하도록 만들었으며, 수많은 사업부 사람들이 샌라몬에 출장을 가서 소프트웨어 센터 사람들과 교류•협업했습니다. 이렇게 사업부와 긴밀히 협업하며 GE 소프트웨어 센터는 프레딕스 개발에 집중했고 2013년 연말 무렵 초기 버전이 개발되었습니다.


  • Speed to Market을 위한 패스트웍스(FastWorks) 팀 도입


    2013년 GE는 패스트웍스 팀을 도입했습니다. 패스트웍스 팀은 제품/서비스나 사업 개발 등 개별 이슈를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한 팀에 모여 일을 하며, 팀이 모두 챙기고 책임집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해당 팀은 해산되어 다른 팀으로 배치됩니다. 팀멤버 및 팀간 조율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을 적극 활용합니다. 'GE@PD' 앱을 통해 언제든 근황이 확인 가능하고, 서로 의견을 교류할 수 있습니다. 패스트웍스 팀은 경영진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경우도 있지만,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만들어 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패스트웍스 팀들은 작은 스타트업처럼 행동합니다. 주요 특징들을 살펴보면 먼저,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정도면 그럭저럭 쓸만한 제품(MVP:Minimum Viable Product)'을 만듭니다. 식스 시그마 등 품질 관리를 목숨처럼 생각하던 GE에서 '베타 버전' 같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일단 만든 다음에 업그레이드' 하자의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마치 온라인 게임 회사가 우선 1차 버전을 배포한 후에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 수시로 고객 테스트를 합니다. 과거에는 제품개발 초기에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스펙을 확정했습니다.

    패스트웍스는 베타 버전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평가를 받고, 평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버전을 만듭니다. 고객 의견을 수시로 들으면서 스펙을 계속 바꾸며 개발합니다. 셋째, 벤처 캐피탈의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것처럼 패스트웍스 팀을 평가합니다.

예전에는 연초에 프로젝트가 결정되면 예산과 인력이 함께 결정되었지만, 지금은 연중에라도 각 과정을 달성할 때마다 평가를 하고 다음 단계에 필요한 자원을 다시 배정하고 시장 의미가 없어진 프로젝트는 사라집니다. 이러한 패스트웍스는 작은 소형 제품뿐만 아니라 대형 발전, 가스오일 등을 포함한 GE의 전 사업 부문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이멜트는 "패스트웍스는 성공적으로 안착되어 가고 있다. 예전에는 가스 터빈을 새롭게 개발하는 데 5년 정도 걸렸지만, 지금은 30개월 만에 개발해 낸다"라며 조직의 시장 대응 스피드가 크게 개선되었다고 말합니다.


파일럿 테스트가 한창인 평가•보상 시스템


2015년 8월, GE는 1년 단위의 평가 리뷰를 중단했습니다. 패스트웍스 조직 운영 방식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제 등급 할당 제도도 폐지했습니다. 또한 팀 조직 운영에 있어 팀웍을 저해하는 상대 평가 제도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함에 따라, 사전에 등급을 정해 놓고 2:7:1처럼 배분하는 방식을 버렸습니다.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을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다른 기업들처럼 일부 고성과자만 추려 내어 보상을 하는 방법, 금전적 보상보다는 승진/육성 기회를 제시하는 방법 등 여러 옵션을 놓고 테스트를 해 보고 있는데 아직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조직 문화 변혁을 위한 리더십 교육


GE는 리더십 교육을 적극 실행하고 있습니다. 조직 문화 형성에 결정적인 리더십의 변화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리더십 교육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첫째, 패스트웍스를 운영하는 방식을 가르쳐 줍니다. 2013년 패스트웍스를 도입한 직후, 4개월 동안 GE 임원 5천 명 전원을 대상으로 패스트웍스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리더들이 패스트웍스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입 초기에 80명 이상의 전담 코치를 육성하여 현장에서의 변화를 돕게 한 덕분에 패스트웍스는 안정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둘째, 팀원들의 협업과 팀웍을 이끌어 내기 위한 소프트 스킬을 교육합니다. HRD 담당 부사장인 라구 크리슈나무디는 오늘날 GE가 지향하는 리더십 모델을 "과거의 리더는 이기기 위해 경쟁했지만, 오늘날의 리더는 이기기 위해 협력한다. 과거의 리더는 사람을 하나의 틀에 끼워 맞추려 하지만, 오늘의 리더는 다양성을 중시한다. 과거의 리더는 명령하고 통제하지만, 오늘의 리더는 연결하고 영감을 준다"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사업 확장의 상징, 브릴리언트 팩토리(Brilliant Factory)


GE는 작은 스타트업들로 구성된 커다란 하나의 기업을 구상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제품/서비스들을 하나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시스템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GE는 2015년 인도 푸네에 항공기 엔진, 로코모티브, 풍력 발전 터빈 등 GE의 4개 사업부 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첫번째 스마트 팩토리인 '브릴리언트 팩토리'를 설립했으며, 이를 시작으로 브릴리언트 팩토리를 계속 업그레이드 해 나갈 계획입니다. GE는 패스트웍스 조직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의 장점을 살리면서, 기존 대기업들의 강점인 규모의 경제를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조직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하드웨어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중심의 세계에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10년 안에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40%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맞는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인력 육성 및 조직 역량 확보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자료 출처: LG경제연구원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인사•조직 운영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