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Cryptocurrency)의 대명사 격인 비트코인(Bitcoin)이 탄생한 건 지난 2009년이었습니다. 비트코인 등장 이후 가상화폐는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왔습니다. 중국에서는 연간 800만 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는 시설이 등장하기도 했고 비트코인 개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Satoshi Nakamoto)의 정체를 둘러싼 소식도 쏟아졌습니다. 2016년 6월 영국을 강타한 브렉시트(Brexit) 당시에는 비트코인이 불과 몇 시간 만에 100달러 넘게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위기설도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지난 2016년 시가총액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는 등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가상화폐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사실 디지털 송금 시스템은 이미 1990년대에 개발됐지만, 시도일 뿐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버가 중앙집중관리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개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는 이런 중앙집중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중앙 서버를 이용하지 않는 디지털 화폐 시스템인 '분산형 시스템'을 구상합니다. 보통 인터넷에서 영화나 음악 같은 파일을 공유할 때 이용하는 P2P(peer to peer) 방식이 그것입니다. P2P는 중앙 서버와 클라이언트라는 개념 대신 개인끼리 서로 직접 연결, 교환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그림] 다양한 온라인 가상화폐: 싸이월드 '도토리' / 카카오톡 '초코' / 비트코인 (출처: 미래창조과학부 블로그)
[그림] 블록체인 기반 거래시스템과 기존 금융거래시스템의 비교 (출처: 서울경제))
블록체인은 블록이라고 부르는 데이터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블록은 마치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데이터를 단순히 저장하는 게 아니라 복잡한 그물망 구조를 통해 서로 전체를 검증까지 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에 있는 블록은 서로 해시함수를 통해 참조, 확인합니다. 따라서 은행처럼 특정 조직이나 인간이 관리하는 중앙집중관리 방식과는 다른 분산형 데이터베이스이며, 여러 곳에 데이터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림] 블록체인 작동 프로세스 (출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그림] 블록체인 위조가 어려운 이유 (출처: 미래창조과학부 블로그)
블록체인은 블록 단위를 서로 연결한 블록 검증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 기록을 변조할 수 없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데이터 처리가 이뤄졌다면 과거 데이터는 저장 상태로 남아 있으며, 언제든지 과거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 연결되어 있는 상태라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연산이 발생하기는 어렵습니다. 블록체인이 높은 독립성과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블록체인을 MDL(Mutual Distributed Ledger, 상호분산장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MDL은 디피-헬만 키 교환(Diffie-Hellman key exchange)에서 비롯된 것으로, 암호화되지 않은 네트워크를 통해 암호키를 교환하는 방법으로서 각각 비밀 정보를 공유해 이산대수로 풀도록 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변조를 할 수 없는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 높은 거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송금할 때, 상대방이 올바른 상대라는 것을 확인하고 지정된 정확한 금액 등 교환 안전성을 담보하려고 금융기관을 이용하며 금융기관에서는 거래 안전성을 담보하는 대신 중개 수수료를 취하게 됩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변조가 불가능한 거래만 보장하는 가상화폐만 있으면 중간에 수수료가 필요 없습니다. 거래자끼리 가치, 그러니까 돈을 교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주로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응용범위는 금융에 국한되는 게 아닙니다. 교환이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든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수료나 시간, 물리적 위치 등 거치적거리던 장애물이 사라진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국가나 지역 같은 물리적 제한과 무관하게 전 세계 어디서나 빠른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거래 기록은 P2P에 곧바로 퍼지고 몇 분 가량이면 확인 작업까지 모두 끝나며, 눈앞에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송금을 해도 빠른 거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정보를 중앙에 있는 제3자가 관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모든 컴퓨터를 통해 모든 데이터 처리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블록체인을 이용한 가상화폐의 경우 공개키 암호화 시스템으로 암호화되기 때문에 키 소유자만 암호를 해독, 송금 처리해 가상화폐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면 이론상으로 가상화폐 시스템이 손상될 확률은 집에 소행성이 떨어질 확률보다 낮다고 합니다. 그만큼 보안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또 이런 안전을 담보하지만 누구나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자신만 암호화 통신을 송수신하면서 결제할 수 있습니다. 즉, 접근성이 높아 전 세계 어디서나 가상화폐 이용을 막는 장벽 없이 손쉽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블록체인에도 약점이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거래 익명성이 완벽하게 보장되기 때문에 블록체인에 기록된 내용, 기록은 결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사기꾼에게 속아서 송금을 했거나 해커에게 가상화폐를 실수로 줬다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또 모든 가상화폐 계좌나 거래는 사실은 실제 사람에게 연결되어 있더라도 30문자에 이르는 임의 숫자로 이뤄진 주소 형태로 취급하기 때문에 거래 흐름은 알아도 해당 사용자가 누구인지 직접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분산 특성 탓에 네트워크를 구성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 컴퓨팅 역량을 필요로 합니다. 이는 비트코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분산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에 대한 상호 검증을 확인하기 위해 개별 컴퓨터를 통해 컴퓨팅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실제로 금융 기술 싱크탱크인 지/옌(Z/Yen) 의장 마이클 마이넬리(Michael Mainelli)는 아일랜드 내에서 쓰는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50%를 비트코인이 소비한다고 밝힌 적도 있습니다. 블록체인 구축에 얼마나 많은 컴퓨팅 파워가 들어가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컴퓨팅 역량은 어떻게 모을까. 비트코인 관련 기사를 보다보면 '채굴'이라는 말이 종종 나옵니다. 비트코인에서 검증과 안전 확보에 중요한 거래 확인 작업은 마이너(Miner, 채굴자)만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정당한 거래인지 확인해주는 것인데요. 마이너는 이런 안전을 담보하는 컴퓨팅 역량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가로 토큰(token), 그러니까 가상화폐를 '채굴'이라는 형태로 분배받게 되는 것입니다. 마이너는 가상화폐 시스템에 대한 암호 해독 작업에 참여, 암호화 퍼즐을 풀면 비트코인을 받습니다. 채굴 과정은 컴퓨팅 역량이 높을수록 난이도가 더 올라갑니다.
[그림] 블록체인의 금융 활용 가능분야 (출처: 금융보안원)
앞으로 10년 동안 일어날 블록체인의 혜택을 가장 먼저 받을 분야는 인증 시스템과 돈세탁 방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블록체인을 사용한 여권 등 공적인 본인 확인 시스템이 탄생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돈세탁 방지 시스템의 등장이 그것입니다. 조만간 선거 투개표 시스템 역시 블록체인 관리를 통해 부정한 결과를 통한 변조가 일어날 수 없는 선거가 보장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신분이 보호되고 자율주행 차량을 비롯한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에도 블록체인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국제 송금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타트업 스트라이프(Stripe)가 선보인 오픈소스 결제 프로토콜인 스텔라(Stellar)의 경우가 그 예입니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러스왕(LeEco)의 자회사 르파이낸스(LeFinance)는 온라인 결제 전문 기업으로 스텔라를 이용해 저렴하게 국경 넘어 기업이나 고객 사이 국제 송금을 해주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맥킨지에 따르면 국제 송금에 들어가는 평균 비용은 25∼35달러라고 합니다. 이는 국내 송금보다 10배 정도 비싸며, 은행끼리 주고받는 기술도 제각각입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시스템으로 국제 송금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앞서 이론상 중앙은행 등의 관리 없이 직거래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국제 송금의 예처럼 현실적 접목도 얼마든지 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터넷에 필적하는 존재로 불리는 블록체인은 앞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잉태, 인터넷 세계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이 탄생했듯 블록체인 세계에서도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에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자료 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 - KISA Report 2017년 2월호 中 '화폐 없는 시대 그 이상•••블록체인에 주목하라')